미의식의 도시에서 지켜야 할 아취 있는 마음가짐

돌길 골목에 울려 퍼지는 샤미센 소리, 흙담이 이어지는 무사 저택의 정적, 그리고 눈의 무게로부터 정원수를 지키는 '유키츠리'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는 도시 구석구석까지 400년 이상에 걸쳐 다듬어진 일본의 미의식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이 도시는 단순히 오래된 것이 남아있는 고도가 아닙니다. 화려한 전통 공예가 지금도 장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한편,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현대 미술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역사 깊은 찻집 거리 바로 옆에 세련된 카페나 편집숍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나자와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존중하며 아름답게 융합하는 '살아있는 미술관'입니다.
이 가이드는 당신이 가나자와의 유명 관광지를 효율적으로 순회하기 위한 지도인 동시에, 이 도시에 흐르는 무형의 '미의식'을 느끼고 좋은 방문객으로서 행동하기 위한 나침반입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마음가짐은 이 도시의 품격 있는 분위기를 당신 자신이 체현하기 위한 도움입니다. 세련된 문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의 세련된 매너가 요구됩니다.
자, 오감을 갈고닦아보세요.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심미안을 자극하는, 깊고 풍요로운 여행이 시작됩니다.
가나자와의 거리를 걷기 전에, 이 땅이 왜 이렇게 풍요로운 문화를 키울 수 있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은 여행을 몇 배나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일본의 많은 도시가 제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가나자와는 기적적으로 대규모 전재를 면했습니다. 그 때문에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성 아랫마을의 골격이나 찻집 거리, 무사 저택 같은 역사적인 거리가 지금도 짙게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수백 년 전 무사나 상인들이 오갔던 바로 그 길일지도 모릅니다.
에도 시대, 이 땅을 다스리던 가가번 마에다 가문은 '가가 백만석'이라 불릴 정도의 막대한 경제력을 자랑했습니다. 번주들은 그 부를 군사력이 아닌, 학문이나 문화, 공예 진흥에 쏟아부었습니다. 교토나 에도에서 일류 장인을 초빙하여 금박, 가가 유젠, 구타니야키, 칠기 등 다양한 전통 공예를 키워냈습니다. 무사이면서도 다도를 즐기는 등 문화적 소양을 중시하는 기풍이 가나자와만의 세련된 미의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가나자와는 전통을 단지 보존만 하는 도시가 아닙니다. 그 상징이 2004년에 개관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입니다. 원형의 유리 건물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공원 같은 미술관'을 컨셉으로 합니다. 이 미술관의 존재는 가나자와가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가치관과 표현을 받아들이고 진화하는 도시임을 세계에 보여줍니다.
최근 가나자와에서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대책으로 관광객의 분산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주요 관광지뿐만 아니라, 조금 떨어진 지역의 매력을 발신하거나 특정 문화 체험에 특화된 소규모 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 공예 공방과 연계하여 장인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견학하거나,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공예품을 구매할 기회도 늘고 있습니다.
볼거리가 응축된 가나자와에서는 효율적인 이동 수단 선택이 핵심입니다.
가나자와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즐기려면, 그 미의식에 부응하는 행동이 요구됩니다.
히가시 찻집 거리나 나가마치 무사 저택 거리의 골목은 지금도 사람들이 사는 생활의 장소입니다. 큰 소리로 말하거나 뛰어다니지 말고 조용히 산책을 즐깁시다. 건물이나 격자문에 함부로 손대지 마십시오. 사진을 찍을 때는 주민이나 다른 관광객이 찍히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매너입니다. 문화 배경: '이키(粋)'라는 미의식과 세련된 행동. 에도 시대의 미의식인 '이키'는 깔끔하고 세련된 몸가짐을 가리킵니다. 역사적인 거리에서는 주위의 분위기를 읽고 그에 녹아드는 듯한 '이키'한 행동이 좋은 방문객의 증표가 됩니다. |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겐로쿠엔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살아있는 예술 작품입니다. 이끼나 식물, 수목에 손대거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겨울의 '유키츠리'는 눈의 무게로 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설치한 정원사의 기술과 애정의 결정체입니다. 그 의미를 이해하고 존경심을 가지고 감상합시다. 문화 배경: '용도의 미'와 '와비사비'. 유키츠리에서 보는 일본의 자연관. 유키츠리는 나무를 보호한다는 '용도(실용성)' 속에 궁극의 '미'를 발견하는 일본의 '용도의 미' 정신을 구현합니다. 또한, 혹독한 겨울 자연 속에서 조용히 서 있는 모습에서는 불완전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와비사비'의 마음도 느껴집니다. |

'오미초'라는 애칭으로 사랑받는 오미초 시장은 관광지인 동시에 현지인들의 '부엌'입니다. 좁은 통로를 큰 짐으로 막거나 상품을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합시다. 길거리 음식은 구매한 가게 앞이나 지정된 장소에서 먹는 것이 매너입니다. 걸으면서 먹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문화 배경: 시장이 가진 '하레(비일상)'와 '케(일상)'의 양면성. 시장은 관광객에게는 '하레(비일상)'의 장소이지만, 일하는 사람들과 현지 쇼핑객에게는 '케(일상)'의 장소입니다. '케'의 장소에 실례하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그들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미술관은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은 것이 매력이지만, 모든 작품을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 옆에 있는 주의사항을 반드시 확인합시다.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스위밍 풀' 등 인기 작품에서는 서로 양보하며 감상과 촬영을 즐깁시다. 문화 배경: 현대 미술에서의 '참여'와 '감상'의 경계선. '참여'를 유도하는 아트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작가가 의도한 규칙이 존재합니다. 그 규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작품과의 더 깊은 대화로 이어집니다. |
가나자와에는 훌륭한 전통 공예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이 있습니다. 작품은 장인이 오랜 시간과 열정을 쏟아 만든 것입니다. 존경심을 가지고 정중하게 다룹시다. 구매할 의사가 없는 상품을 장시간 점유하거나 구경만 하러 들어가는 것은 피합시다. 문화 배경: 장인(匠)을 존경하는 일본 문화. 일본에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장인(다쿠미)을 깊이 존경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을 만지는 것은 그 기술과 정신을 만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 점을 마음에 새겨둡시다. |
가나자와의 거리는 기모노 차림이 잘 어울려, 기모노 렌탈도 인기입니다. 기모노를 입으면 자연스럽게 자세가 펴지고 걸음걸이도 작아집니다. 큰 걸음으로 걷거나 옷자락을 더럽히지 않도록 조금만 의식하면 더욱 아름답게 보이고, 기모노 자체도 소중히 다룰 수 있습니다. 문화 배경: 기모노가 요구하는 '형(型)'과 그에 따르는 마음가짐. 기모노나 다도, 무도 등 일본 전통 문화에는 '형'이 있습니다. '형'을 의식함으로써 몸가짐이 아름다워질 뿐만 아니라 마음도 차분해져 그 문화의 정신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
겨울 가나자와는 가노가니 대게나 방어 등 미식의 보고입니다. 고급 요정이나 스시집에서는 가게 분위기에 맞는 복장과 조용한 대화가 요구됩니다. 식사 전에는 '이타다키마스'라고 손을 모아, 식재료의 생명과 그것을 제공해주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합시다. 문화 배경: '이타다키마스'에 담긴 감사의 마음. '이타다키마스'는 단순히 식사 시작 신호가 아닙니다. 식재료가 된 동식물의 '생명을 받겠습니다'라는 의미와, 요리사, 농부, 어부 등 식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 대한 감사가 담긴 일본 식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말입니다. |

가나자와에서는 전통 공예를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는 워크숍이 많이 있습니다. 국내 금박 생산량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가나자와에서 오리지널 금박 접시나 젓가락을 만드는 '금박 붙이기 체험'은 특히 인기입니다. 또한, 다도 문화가 키운 아름다운 화과자를 만드는 '화과자 만들기 체험'도 추천합니다.

가나자와 여행에서 가져갈 것은 아름다운 공예품이나 맛있는 과자 기억만이 아닐 것입니다. 눈으로부터 나무를 지키는 '유키츠리'가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입듯이, 실용적인 것 속에 깃든 아름다움, 즉 '용도의 미'라는 일본 독자적인 미의식입니다.
당신이 이 도시에서 매너를 지키고 문화를 존중하는 '행위'는, 단순히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 자신이 가나자와의 품격 있는 분위기의 일부가 되어, 이 '살아있는 미술관'의 아름다움을 미래로 잇는 '용도의 미'를 실천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