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백화점'에서 지켜야 할 자연에 대한 경외와 입욕 예절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자욱한 계곡을 걷다 보면, 땅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고오오'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치 지구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거칠면서도 신비로운 풍경. 이곳이 바로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온천 마을, 노보리베츠 온천입니다.
노보리베츠 온천은 평범한 온천지가 아닙니다. 한곳에서 9종류나 되는 각기 다른 수질의 온천이 솟아나 '온천 백화점'이라 불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곳입니다. 유백색의 유황천, 철분을 함유한 적갈색의 산성철천, 무색투명한 단순 온천 등 다채로운 온천수가 방문객의 몸과 마음을 깊이 치유해 줍니다.
이 가이드는 당신이 이 온천 천국을 최대한 만끽하고, 동시에 이 강력한 자연의 힘에 경의를 표하기 위한 안내서입니다. 노보리베츠 온천 여행은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그 위협을 이해하고 안전하게 행동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마음가짐은 일본 온천 문화의 기본 예절을 배우고, 이 역동적인 환경을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우리 여행객들의 소중한 약속입니다.
자, 심호흡을 하고 지구 중심에서 솟아나는 에너지를 느껴보세요. 일상의 피로를 모두 씻어낼 궁극의 치유 여행이 시작됩니다.
왜 이 땅에 이토록 다양한 온천이 솟아나고, '오니(도깨비)'가 마을의 상징이 되었을까요? 그 배경에는 아이누어와 화산 활동, 그리고 사람들의 상상력이 엮어낸 이야기가 있습니다.
'노보리베츠'라는 지명은 이 땅의 원주민인 아이누 민족의 말 '누푸르 벳'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희고 탁하며 색이 짙은 강'이라는 의미로, 온천 성분이 강으로 흘러들어 강물이 희게 흐려진 모습을 나타냅니다. 예로부터 아이누 사람들에게 이곳은 병을 고치는 약수터이자 신성한 장소로서 소중히 여겨져 왔습니다.
노보리베츠 온천의 상징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오니(도깨비)' 조각상입니다. 이는 지고쿠다니(지옥 계곡)의 거친 경관이 불교에서 말하는 도깨비가 사는 '지옥'을 연상시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보리베츠의 도깨비는 악행을 저지르는 무서운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병이나 액운을 물리치고 온천을 지키는 수호신 '유키진'으로서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입니다. 매년 겨울에는 이 유키진들이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노보리베츠 온천 축제'도 열립니다.
노보리베츠 온천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수질의 풍부함입니다. 유황천, 식염천, 명반천, 망초천, 녹반천, 철천, 산성철천, 중조천, 방사능천(라듐천)이라는 9종류의 온천이 솟아납니다. 이는 이곳이 활발한 화산 활동 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에 의해 데워진 지하수가 다양한 지층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다채로운 미네랄 성분을 흡수하여 이러한 '온천 백화점'이 탄생한 것입니다.
노보리베츠 온천에서는 지고쿠다니나 오유누마 주변의 자연 산책로를 배리어프리로 만들거나, 야간 조명 '오니비노미치(도깨비불 길)' 등을 정비하여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환상적인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나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 개발도 진행되고 있어 온천 이외의 매력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역동적인 자연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지식과 준비가 필수적입니다.

노보리베츠 온천의 볼거리는 온천 마을에서 도보 거리에 펼쳐져 있습니다.
지구의 은혜인 온천을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입시다.
지고쿠다니의 산책로에서 벗어나는 것은 극히 위험합니다. 땅은 뜨거운 물이나 고온의 증기가 분출하는 곳이 있으며, 겉보기에는 알 수 없습니다.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큰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정비된 산책로 위를 걸어주세요. 문화 배경: 자연은 은혜인 동시에 위협이라는 일본인의 자연관. 일본인은 예로부터 지진이나 태풍 등 혹독한 자연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자연은 아름다운 은혜를 주는 동시에 두려워해야 할 위협이라는 양면성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산책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규칙은 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입니다. |
노보리베츠는 일본 온천 문화의 왕도입니다. 올바른 입욕 예절을 익혀 최고의 온천 체험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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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리베츠에는 대규모 호텔이 많아 식사는 뷔페 형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먹을 수 있는 양만 접시에 담아 남기지 않도록 합시다. 또한, 대욕장에서도 씻는 곳을 맡아두거나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을 삼가고, 편안한 분위기를 공유합시다. 문화 배경: '아깝다(もったいない)' 정신과 공공장소에서의 절제. 음식을 남기지 않는 '아깝다' 정신은 일본의 미덕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는 자기중심적이 되지 않고, 주위 사람을 배려하여 절제된 행동을 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

노보리베츠 주변에서는 에조 사슴이나 북방여우 등 야생 동물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귀엽더라도 절대로 먹이를 주지 마세요. 사람의 음식은 그들의 건강을 해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됩니다.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최고의 애정 표현입니다. 문화 배경: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고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생각. 일본의 자연관에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의 섭리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야생 동물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그 존중의 표현입니다. |

온천 거리 곳곳에 있는 도깨비 조각상은 마을의 상징이자 수호신입니다. 사진 촬영은 자유이지만, 조각상에 올라가거나 손상시키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마세요. 문화 배경: 캐릭터 문화와 그 대상에 대한 애착과 존중. 일본에는 마스코트 캐릭터 등을 소중히 여기고 애착을 갖는 문화가 뿌리내려 있습니다. 노보리베츠의 도깨비들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캐릭터입니다. 방문객도 똑같이 경의를 표할 것이 기대됩니다. |
지고쿠다니 등 온천과 관련된 장소에서의 촬영은 매력적이지만, 근처에 노천탕 등이 있는 경우 다른 입욕객이 찍히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합니다. 물론, 욕실 내에서의 촬영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문화 배경: 온천이 가진 '알몸 교제'와 그를 위한 신뢰 관계. 온천은 사회적 지위 등을 떠나 마음을 여는 '알몸 교제(하다카노츠키아이)'의 장입니다. 이 특별한 공간은 사생활이 보호된다는 상호 신뢰 관계 위에 성립됩니다. |
온천 마을에서 로프웨이로 올라가는 '노보리베츠 곰 목장'에서는 불곰의 생태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에도 시대의 거리와 문화를 재현한 테마파크 '노보리베츠 다테 지다이무라'에서는 닌자나 사무라이 쇼를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입니다.

노보리베츠 여행을 마쳤을 때, 당신의 몸은 속부터 따뜻해지고 마음은 깊은 평온함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념품은 아름다운 풍경 사진 이상으로, 지구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 그 자체입니다.
이 강력한 자연의 은혜에 감사하고, 그 규칙을 지키며 온천을 즐기는 것. 그 겸손한 자세야말로 이 장소와 최고의 관계를 맺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당신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 틀림없습니다.